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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플라스틱 없는 병원: 가능한가?

by 하루하루 쌓이는 지혜 2025. 8. 11.

🧪 의료 시스템과 플라스틱의 불가피한 관계

현대 병원 시스템에서 플라스틱은 필수적인 재료로 자리 잡고 있다. 주사기, 수액 백, 장갑, 수술 도구 포장지, 일회용 마스크 등은 감염 예방과 위생 관리 측면에서 플라스틱의 일회용성이 중요하게 활용된다. 특히, 다수의 의료 기기는 멸균 상태로 생산되어야 하므로, 플라스틱 소재의 포장과 부품이 반드시 요구된다. 이처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영역에서는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 문제는 병원 운영 전체에서 소비되는 플라스틱의 양이 방대하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병원은 일반 가정보다 평균 10배 이상 더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소비한다. 따라서 병원의 플라스틱 사용을 단순히 ‘줄인다’기보다는, 안전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고려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없는 병원: 가능한가?

🌡️ 병원 내 플라스틱 폐기물의 환경적 부담

의료용 플라스틱은 대부분 감염 위험이 있는 생물학적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반 재활용 시스템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용된 수액팩, 주사기, 장갑, 수술용 시트 등은 소각을 통해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과정에서 다이옥신, 미세먼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또한 플라스틱 종류도 다양한데, PVC, PP, PET, HDPE 등 다층 재질이 섞여 있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거나 경제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예컨대 수액팩은 PVC가 주 재질인데, 이는 소각 시 염화수소(HCl)가 발생해 대기 오염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병원에서 연간 800억 개 이상의 일회용 주사기가 사용되며, 이 중 다수는 처리 비용 문제로 인해 불법 매립 또는 불완전 소각되어 미세 플라스틱으로 전환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 플라스틱 없는 병원을 위한 시도와 실험

일부 국가와 기관에서는 플라스틱 없는 병원을 위한 전환적 실험이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한 병원은 일회용 수술복을 다회용 섬유 제품으로 전환하고, 멸균 과정의 CO₂ 배출량까지 측정하여 환경영향 점수를 낮추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영국 NHS(국민건강서비스)는 플라스틱 빨대와 식기, 일부 포장재 사용 금지 정책을 도입했으며, 환자 식단을 구성할 때에도 재사용 가능한 용기와 컵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병원에서 병실 내 플라스틱 생수병 대신 정수기와 개인 텀블러 사용을 유도하고, 의료진 대상 친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비록 아직은 전체 의료 시스템에 큰 변화를 주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플라스틱 없는 병원으로 가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 가능성과 한계 사이, 균형 잡힌 접근 필요

“플라스틱 없는 병원”이라는 이상은 단기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일 수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최소화 병원’ 또는 ‘재설계된 병원 폐기물 관리 체계’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컨대 감염 위험이 없는 일회용 제품은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대체하고, 병원 급식이나 사무용품, 비진료 구역에서는 완전한 플라스틱 프리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동시에, 병원 폐기물의 정밀한 분류와 안전한 처리 기술, 예컨대 플라스틱 성분 분석을 통한 선별 재활용, 소각 시 유해물질 저감 기술 개발도 병행되어야 한다. 요컨대, 병원의 안전과 위생을 해치지 않으면서 점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구조적인 전환을 이루는 길이 플라스틱 없는 병원을 현실화하는 첫걸음이다.